8월달 블랙먼데이의 폭락을 뒤로하고 9월 초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주식시장입니다. 이 불안을 뒤로하고, 최근 특히 美증시가 강하게 오르고 있는데, 이제 조정은 일단락된 걸까요?
지난 글에서 첫번째 변곡점은 9월 FOMC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동안 새로운 지표와 힌트들이 나왔는데,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볼게요. 그리고 이를 근거로 FOMC에서 점도표와 파월의 발언을 예상해 보겠습니다.
목차
1.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50bp인하를 시사
2.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
3. 불안한 물가지표(cpi, ppi)와 고용지표(실업수당청구)
4. FOMC 프리뷰
1.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50bp인하를 시사
3일전 새벽, 뜬금없이 닉 티미라오스가 그의 기사를 통해 이번 FOMC에서 50bp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게 넌지시 파월의 뜻을 전하면서 반응을 살펴봤던 전례를 봤을 때,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높게 나온 임금상승률과 물가지표를 보면서 큰 폭의 금리인하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던 시장은 이 소식 이후 고삐 풀린 듯 위로 치솟았습니다.
2.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
이번주 가장 눈여겨봐야 했던 사건은 美대형은행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은행 경영진들의 발언이었습니다. 대출 이자 및 연체율은 사상최고치를 경신중이며, 은행 순이자마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고백했습니다. 해당 발언 이후, 은행주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언급했죠. 작년 중소형은행 파산 이후 위기를 넘긴 듯 보이지만 그 이후로 1년 반이란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무시무시한 고금리에서 1년 반이 지난 지금, 과연 모든 게 괜찮을까요? 부러지는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생각은 좀 달라 보이죠? 식어가는 것은 맞지만 부러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식어가는 경제는 금리인하가 막아줄 것이다. 이게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상승논리입니다.
3. 불안한 물가지표(cpi, ppi)와 고용지표(실업수당청구)
지난주 물가지표는 사실 긍정적으로 보긴 어려웠습니다. 헤드라인 cpi는 컨센에 부합했지만, 전월 대비 근원cpi는 컨센을 상회했죠. 컨센을 상회하게 만든 주요 항목은 주거비와 항공운임 등의 서비스 물가였습니다. 서비스 물가는 임금과 연관성이 높고, 고용지표에서 봤듯 임금상승률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sticky한 물가의 속성을 여실히 나타낸 것이죠. 물가는 sticky한데,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고용의 실시간 바로미터인 연속실업수당청구건수는 전주대비 상승했고, 전주 수치도 상향수정되었습니다. 물가는 생각보다 그대로인데, 고용은 식어간다? 시장이 가장 겁내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내러티브입니다. 하지만 cpi가 발표되던 이 날의 구원자는 엔비디아의 젠슨황이었습니다. 그는 골드만삭스 테크 컨퍼런스에서 AI 수요가 강하다는 발언으로 cpi발표 직후 -0.6%가량 하락하던 나스닥을 돌려세웠고 그럼에도 하락하던 다우와 S&P마저 나스닥을 따라 상승마감하게 됩니다. 이 소식과 함께 美정부가 수출제한했던 엔비디아의 HBM칩을 사우디에 수출 허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란 뉴스가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들이 과연 매크로의 방향성을 돌려세울만한 뉴스였을까요?
4. FOMC 프리뷰
위에서 살펴봤듯이 파월은 50bp인하를 결심한 듯 보입니다. 최근의 지표만 놓고 봤을 때는 뜬금없어 보이지만, 사실 재무부와의 공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재무부의 옐런은 민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대선 전까지 경제가 무너지는 걸 막아내야 합니다. 기업들이 대선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줄이고 있고, 소비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이걸 위해서는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 돈은 어디서 올까요? 여기서 재무부의 자금 조달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재무부는 주로 단기채(t-bill)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고금리에 10년 이상의 장기채로 빚을 내기 싫기 때문이죠. 그럼 단기채를 누가 소화해 주느냐? 역레포에 예치된 MMF자금들입니다. 재무부의 입장에서는 역레포의 자금들을 t-bill 쪽으로 쏠리게 할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즉, 역레포 금리가 t-bill 금리보다 낮아야 하는것이죠. 여기서 t-bill 금리는 1개월~1년뒤 금리(4~5%대)를 선반영하고, 역레포 금리는 현재의 기준금리의 하단(5.25%)을 반영합니다. 이제야 비밀이 풀리는 거 같죠? 연준이 front loading (후반보다 초반부에 금리를 많이 내리는 것)을 하겠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재무부와의 공조를 위해서는 이번에 50bp 빅컷을 하면서도, 장기적인 금리인하의 기대치는 낮추어야 합니다. 현재 금리는 50bp 빠르게 낮추어 역레포 예치의 메리트를 감소시키면서, 1개월~1년뒤 금리의 기대치는 높여서 t-bill 매수를 유인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내년 점도표는 예상보다 매파적일 것이고, 파월의 발언 역시 매파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월이 연설에서 시장에 전달할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경제가 식어가는 게 맞지만 아직 충분히 강하다. 지금의 금리인하는 부러져서 하는 게 아닌, 보험적 금리인하이다. 그러니 다들 안심하셔도 된다. 하지만 美경제는 충분히 강하기에 이후의 금리인하는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이 내러티브를 뒷받침하기 위해 점도표에서 자연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은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보다는 높게 책정되겠죠. 그럼 최근 50bp에 열광했던 나스닥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의 생각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50bp? 이 속도로 가면 예상보다 금리인하 폭이 엄청 크겠는데? 그리고 경제도 강한데 50bp인하라니 개꿀" 하지만 뒤통수 맞을 것에 대해 2가지 측면에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1) 금리인하 빠르게 할 줄 알았는데 점도포 보니까 아니구나.. 2) 혹여나 FOMC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급격히 식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요. 파월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 순식간일 수 있습니다. "50bp를 괜히 내린 게 아니었네. 이렇게 안 좋아질걸 아니까 급하게 내린 거구나"
지금까지 24년 9월 FOMC 프리뷰 & 주식시장 예측에 대한 제 생각을 풀어봤습니다. 역사상 지금까지 첫 금리인하의 시작을 50bp로 끊었을 경우에는 항상 경착륙을 동반했습니다. 과연 이번은 예외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그저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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